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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깃꺼~~리/뇌요기-쓰고보고

숨바꼭질

by ccanips 202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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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어디 숨었니?'
어느날 부터인가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내가 나타나면 사라지고 내가 보이지 않으면 나타나는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날을 생각해 보았다.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

나의 말소리는 허공을 타고 울리다 흩어져버린다.
그 이후엔 더욱 죄어오는 침묵뿐이다.

그림자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 밝은 빛을 띄어본다.
음식냄새를 여기저기 풍기며 웃음소리를 내어보고 이야기 꽃도 피워본다.

그림자는 벽을 타고 필요한 동선에 나타나다가 이내 사라지고 만다.
나의 소리를 듣긴 한걸까?

비틀비틀 움직이는 그림자를 본다.
'사라지진 않았구나'
안도인지 걱정인지 모를 혼잣말이 늘어간다.

갈곳도 없지만 나는 문밖을 나선다. 나를 피해다니는 그림자를 위해 자리를 내어준다.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알 수 없는 불안이 엄습한다.

그림자의 움직임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그림자의 색깔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림자는 스스로 웅크리며 모습을 감추려 하고 있다.

자기를 봐달라고 하는 몸부림인지 스스로를 놓아버리려는 무책임함인지 알지 못한다.

손을 내어주려 힘겹게 내미는 손길은 허공에서 갈곳을 잃어 헤매인다.


오늘도 그림자는 계속 숨바꼭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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