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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

비움의 미학

by ccanips 2020.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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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바닥이 났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해보자고 시작한 일이 눈덩이처럼 커져버렸다. 

비우고 나면 공간이 보인다 하였는데
공간이 다 어디로 사라진거지? 

이 많은 물건들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었던거지? 

사놓은지도 모르는 물건, 어디에 사용하는지 모르는 물건, 택도 떼지 않은 새상품

집안 곳곳 구석구석 어찌 그리도 잘도 숨어들 계셨는지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냉장고 안이 텅텅 비면 기분이 좋았었다.
구형 가전제품을 처분하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했을때 늘리지 말고 소중히 오래오래 아껴가며 쓰자 다짐했었다. 

40장이 넘는 수건들.
어림잡아 50켤레가 넘는 양말들.
시도때도 없이 구입한 각종 도서들.
넘쳐나는 머그컵, 유리컵, 접시류들.
자잘한 소품에 취미용품들. 

그동안 무얼하며 살아온거지?  (급 반성모드)

열흘동안 비우고 또 비우는 작업을 했다. 
10박스 가까이 기부를 하고, 200권 정도의 도서는 무료나눔을 하였다.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는 이미 5개가 버려졌다. 

이 정도면 공간이 보여야 할텐데... 
아직도 버리지못한 욕망들이 언젠가는 쓸것 같은 무수한 제품들이
돈들여 산 멀쩡한 용품들을 얼마나 골라내야 하는것일까? 

분명 많이 사용하지 않았었다. 
저 물건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하였었다. 
없어도 몰랐을 물건이였는데... 

막상 놓으려하니 본전생각, 아까운 생각, 언젠가 필요할것 같은 물건, 살빼면 예쁘게 입을수 있는 옷들..

손이 마음이 선뜻 옮겨놓지 못한 많은 물건들이 남아 있다. 
앞으로 5일은 더 정리하고 버려야 공간이 보이려나???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와중에... 
난 버리지 못한 물건들을 예쁘게 정리해줄 수납함을 찾고 있다. 

무지한것, 몽매한것,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있는 나를 본다. 

과연 만족할만큼 비울수 있을까?

체력이 바닥이 났다. 포기하고 싶다.
단순한 삶을 위해 비우고 비워내야 한다. 

비움의 미학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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