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듣고 싶어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이는 계속 나에게 말하고 있었는데..
내가 귀를 닫고 입을 막고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알아채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걸 알아채는게 왜이리 힘들었을까?

3~4인용 원터치 텐트를 샀다.
난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흠... 사실을 말하자면 난 캠핑을 해본적이 없다.
캠핑 기억이라곤.
초등4년 걸스카웃 시절 딱한번 해본 경험이 전부다.

불편하고 어색하고 덥고 벌레 많고 눅눅하고...
내 기억의 캠핑은 그런거다.
불편함.

난 쾌적함을 택했다.
빵빵한 에어컨 바람의 호텔방.
언제나 따뜻한 온수 냉수가 나오는 욕실.
보송한 침구류.
언제나 난 이런게 좋다며 입버릇처럼 말해왔었다.

친구가 캠핑가면 사이트 구축 도와준다고 해도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런 내가 텐트를 샀다.
그것도 저렴한 원터치 3~4인용 텐트를.

원래의 나라면...?
캠핑 장비를 산다 마음먹었으면 갖고 싶던 텐트피 형태로 돈을 마구마구 썼겠지.

시작은 간단했다.
아이들과 나. 3명이 나들이 갈때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자.
이제 뽀로로 텐트는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좁다.

난 그늘이 있는 공간을 원했다.
내가 감당할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가볍고 편리함. 딱 그수준을 원했다.

지금 난 고작 그 텐트 하나로 동네 캠핑장과 계곡이 있는 캠핑장을 예약하고 있다.
물론 나들이용으로.

그 얘길 듣더니 눈빛이 반짝인다.
말이 많아진다.
"너가 그걸 샀다고?  호텔이나 펜션 좋아하잖아. 어떤 종류의 텐트도 다 조립할수 있어. 나 그런거 좋아해. 잘해.
잘했다. 우선 나들이 해보구...."

저리 좋아했던가?
내가 싫어해서 강요하지 않았던가?

내가 정녕 바보였나? 이기적이였던가?
외면했던가?

저리 반짝이는 모습을 너무도 간만에 본다.
내가 그리웠단 말도.

어쩌면... 어쩌면...

진정 내 잘못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