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감을 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들고 체력도 떨어지고 의욕도 떨어지는 날이 온다는걸 안다.
나도 나이가 들어감을 안다.
알고 있었음에도 문득 문득 늙어짐이 눈으로 보여질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처음엔 나의 생각들이... 삶을 대하는 나의 마음들이... 무언가 빠져 있다는걸 느끼게 된다.
꾸역꾸역 살아내는 일상에서...
누군가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가는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오롯이 나 자신일수 없는 환경속에서 나의 에너지가 사그라짐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해내고 있다며 나는 아직 열정이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살아간다.
밤샘이 힘겹고, 여기저기 몸이 쑤시고, 피부가 푸석거리면...
삶이 피곤한가 부다 싶었다. 자꾸 살이 찌니 자기관리를 하면 되돌아 올수 있다고...
또 상대적으로 나는 덜 늙고 있다고 또 스스로 위안한다.
흰머리를 발견하면서 충격이 시작된다. 흰머리? 벌써?
병원은 커녕 약도 잘 안먹던 내가 스스로 병원을 찾아다니게 되는것도 그리고 그게 너무 자연스러운것도.
탄력없는 피부들을 볼때...
그리고 1년전, 2년전 사진을 볼때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늙었다.
이제 누군가에게 사랑받는것도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도 기억에 없다.
그리 좋은것도 나쁜것도 없다.
미운것도 싫은것도 사라지고 있다.
이런 늙어짐을 짜증과 화냄으로 발산하게 한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든 환경들이 나를 늙어지게 만들었다고....
내 탓이 아니여서 더 억울하다고 억지를 쓰고 있다.
눈앞에 해야 할일. 아직 더 키워내야 하는 가족들.
어제와 같은 오늘 , 또 오늘과 같은 내일 ... 살다보면 지나가 있는 세월들이다.
오늘이 가장 예쁜 나이기 때문에 감사하며 살아가리라 생각하기 싫다.
아직까진 치열하게 살아낼수 있게 하는 나의 환경에 대해 감사하기 싫다.
아이들이 잘 커줌에 나의 희생따윈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기 싫다.
자기 관리 안한 네 탓이다 들리는 그 소리는 더더욱 싫다.
늙어짐이 싫다.
사그라드는게 싫다.
오늘은 늙어짐이 너무도 싫은 날이니 내 탓이 아닌 세월탓, 남 탓 을 하련다.
너도 늙었구나.
너도 늙는구나.
우리 모두 늙어가고 있구나.
그런데 아직까지 미련을 못 버리고 있구나.
오늘은 그렇게 원망하며 잠들고
내일은 다시 감사하며 살아가야지.
그래 니가 더 늙었다. 너가 더 늙어라.. 밉게 늙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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